[기사] 파두 | 매출 쇼크에 주가 -60%. 늑대소굴과 설거지꾼들
"파두 파두 괴담만 나와" 분노한 개미들…매출 쇼크에 주가 -60%
"파두(파도) 파두(파도) 괴담만 나오네…"(파두 종목토론방 중) 올해 첫 조단위 공모주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반도체 팹리스업체 파두가 휘청인다. 지난 8월 상장 이후 처음 내놓은 분기 매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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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도체 팹리스업체 파두가 3분기 매출 3억원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폭락하였고, 개미들이 아우성이라는 이야기다. 회사만 달라지고 매년, 매분기 반복되는 일이라서 새삼 신기하지도 않다. 다만 요즘 느끼는 것은 예전에는 이른바 작전세력이라고 하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한탕을 해먹어 왔다면, 지금은 양복입은 PE쟁이 및 연예인처럼 인터뷰하고 다니는 VC쟁이들이 주축이 되어 개미를 대상으로 설거지를 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2] 그리고 그들은 한결같이 "투자는 자기 책임"이라는 문구를 경전처럼 외우고 다닌다. 소위 '누칼협' 논리인데 물론 나도 무지성 투자를 하고 손실을 보는 개인들을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다. 또한 남의 돈을 운용해주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출자자의 이익을 극대화해주는 것이 최우선이 되어야 함은 당연하고, 투자한 회사가 장기적으로 잘되거나 이해관계자가 모두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류의 나이브한 생각은 후순위로 밀리는 것이 당연하다.
[3] 그렇긴 한데, 그럴거면 규제 당국이나 각종 규제는 왜 있는 것인지 하는 생각이 든다. 도박판에 참여하는 사람도 잘못이지만 하우스를 꾸리고 그 안에서 도박을 설계한 사람들도 잘못이 있는 것 아닌가? 양복입은 PE쟁이와 연예인 같은 VC쟁이 몇 명, 상장하고 싶어하는 회사 임원 몇 명, IPO 주관사 몇 명 등 기껏 해봐야 한 10-20명 내외 사람들이 서로 담합해서 밸류에이션 뻥튀기하면, 거래소만 잘 넘기면 이후 IPO를 통해 마지막에 개미들한테 설거지 시키면서 본인들은 엑싯하는 이런 행태가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지속되는 것 같다. 특히 최근 몇년간 그런 행태가 너무 심해졌다고 느껴지는 한편, 관련자들은 "투자는 자기 책임" "누칼협?"을 외치며 일말의 도덕적 부담감도 안느끼는 것 같다. (하긴 나도 저렇게 해서 인당 수십억 벌면 부담감 안느낄 것 같다. 부러워서 그럼. 미국 헤지펀드 대부들은 은퇴하고 나서 병원 짓고, 도서관 짓고, 기부하고 다니면서 스스로를 philanthropist라고 포장하고 다니던데 그것도 맘에 안듬. 부러워서 그럼. 나도 수천억 이상 벌고 자선사업가 하면서 살고 싶다)
[4] 시장이 이렇게 지속되면 결국 도박성향이 강한 참여자들만 국내 주식시장에 남게 될것이고 건전한 상식으로 투자하는 사람들은 국장을 멀리하고 해외 시장에 투자하게 될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그럼 국내 시장은 더욱 도박판이 되고 테마와 단타만 살아 남는, 누가 서로 설거지시키냐 싸움이 되는 설거지판의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

[5] 투자 업계에 그래도 꽤 오래 있다보니 비슷한 상황에서 선택할 기회도 많이 있었고, 나와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이 큰 부자가 되는 것도 지켜보면서 요즘 조금 생각이 많아지던 시기에 또 한번 시끄러운 이벤트가 생겨서 끄적여 봤다. 파두 저것도 한 1-2주 갈거고 사람들은 다 잊어버릴 것이다. 그리고 몇달 혹은 1-2년 내에 비슷한 사례가 또 생기겠지 (대기 중인 기업 많다). 설거지 당하지 않으려면 설거지 시켜야 하는게 결국은 늑대 소굴의 본질인가 싶다.